미식가들의 맛집

안동의 마늘갈비

햇과 2011. 3. 21. 14:20

한우갈비와 마늘의 찰떡궁합 안동마늘갈비
서울의 절반 가격으로 먹을 수 있어

안동의 명소, 안동역전 갈비골목

유학의 고장, 경북 안동시 안동역전 건너편에는 안동한우 갈비골목이 있다. 안동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외지인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 처음 갈빗집이 생긴 것은 약 50년 전부터라고 한다. 이후 하나 둘씩 갈비집이 생기더니 20~30년 전부터는 안동한우의 인기 상승과 함께 10여개로 늘어나 지금은 15개 정도 갈빗집이 모여 자연스럽게 ‘갈비골목’이 형성되었다. 인위적으로 반듯하게 구획해놓은 ‘~단지’나 ‘~센터’가 아니고 그저 구시가지 골목을 따라 저절로 생겨난 모습에 정감이 간다.

안동은 전국에서 육류소비량이 가장 높은 도시다. 안동시민이 유난히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 아니라, 외지인이 구입해가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경북지역 한우 집산지이기도 했던 안동 한우는 외지인들에게 브랜드의 인지도나 호감도가 높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이곳이 체면과 관계를 중요시 하는 유향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어 보여 퍽 흥미롭다.

“안동 시민 80%가 본토배깁니더. 오는 손님이 일가친척 아니면 선후배지간인데, 어떻게 고기를 속이고 장사를 헐 수 있겄습니껴? 그라이 안동한우가 좋아질 수 벡에요”

안동 한우 갈비골목 들머리에 있는 <명성한우갈비> 주인장 김봉일(61) 씨의 말이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 서로 뻔히 아는 처지여서, 고기 무게나 질을 속일 수 없어 좋은 고기를 정량대로 팔다보니 어느덧 안동한우와 갈비가 유명해졌다는 얘기다. 그 외에도 고기값이 서울이나 대도시에 비하면 무척 싸다는 점, 역과 터미널에 인접해 있는 교통의 요지에 갈빗집들이 모여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안동한우 갈비골목의 매력으로 꼽힌다.

마늘소스와 간장소스, 갈비의 표정을 바꾸다

안동한우 갈비골목은 반경 200~300m 안에 고만고만한 갈비집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대로변에서 갈비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명성한우갈비>가 자릴 잡았다. 13년 전, 공무원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사업을 물색하던 이집 주인장 김씨가 마침 공매로 나온 예전 동사무소 자리를 매입하고 갈빗집을 차린 것.

이 집을 비롯해 안동한우 갈비골목 어느 집이나 갈비의 육질은 기본적으로 다른 대도시 유명 갈빗집보다 못하지 않다. 갈비는 1++급이나 1+급, 두 가지를 쓰는데, 둘 다 들여오는 가격은 비슷하지만 1++급은 지방이 너무 많아 가급적 1+급을 주로 쓴다. 이 집 갈비는 양질의 갈빗살과 마늘소스가 빚어내는 맛이 일품이다. 갈비를 굽기 전에 마늘, 소금, 참기름을 넣어 밑간을 한다. 고기에 마늘 냄새가 배어 갈비 맛을 상하게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익은 마늘이 고소할 뿐 아니라 고기의 느끼함도 잡아주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갈비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님 입맛에 따라 구운 갈비를 찍어먹을 수 있도록 간장소스도 준비했다. 이 간장소스 맛 때문에 이 집을 찾는다는 손님들이 있을 만큼 단골고객 사이에는 유명하다. 주인장에 따르면 집에서 담근 간장에 꿀과 레몬을 넣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뭔지 모를 또 다른 맛이 입안에 여운을 남긴다. 갈비는 참숯을 사용해 굽기 때문에 풍미가 더욱 좋다. 갈비를 구워먹는 사이, 원하는 손님에게는 갈비에서 도려낸 뼈 부위를 뚝배기에 넣고 양념과 함께 서비스로 갈비찜도 만들어준다.

불고기는 이 집에서 갈비와 함께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다. 대체로 고깃집에서  횟감과 구이용으로 쓰고 남는 비선호 부위를 불고기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집에서는 부챗살과 갈빗살 일부를 불고기 재료로 쓴다. 이 집의 불고기는 서울식 습식불고기로 국물이 많아 전골처럼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다. 후추와 마늘 다진 것과 참기름으로 기본양념을 한 뒤 내가기 직전에 간장과 섞은 소스로 밑간을 하여 당면, 대파, 팽이버섯을 얹어 불에 올린다. 소스는 사과 배 등 과일과 양파로 단맛을 내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 이 간장도 양파와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조린 것이어서 고기 맛을 더욱 좋게 해준다. 이 집 고기 맛의 핵심은 양질의 육질과 함께 소스로 쓰는 간장에 있다. 간장과 된장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8~9개월간  숙성 후에 여러 개의 병에 넣어두었다가 하나씩 꺼내 쓴다. 가끔씩 서울 손님들이 된장을 먹어보고는 조금만 팔라고 하는데 식당에서 쓸 것도 모자란다고.

밥집보다 밥과 찬류가 맛있는 갈빗집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겉절이는 아삭하고 싱싱하다. 양질의 새우젓과 반쯤 익은 고추를 함께 갈아 만든 겉절이용 소스 1년 치를 소포장으로 여러 용기에 밀봉해 두었다가 겉절이 무칠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쓴다. 요즘 음식점에서 보기 힘든 물미역 무침도 형식적으로 나오는 반찬 가짓수 채우기 용도가 아니었다. 향 짙은 미나리와 달작지근하면서 미끈한 미역이 봄맛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반찬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모두 맛깔스럽다. 이 집은 찬류의 맛도 정갈하지만 갈빗집에서는 드물게 주인장이 밥맛에 신경을 쓴다. 손님이 갈비를 먹는 사이에 안동 청량산 와룡에서 농사지은 쌀에 좁쌀을 살짝 넣고 그때그때 밥을 지어 고슬고슬하고 구수함이 살아있다. 역시 안동 토박이인 박선남(60) 씨가 식당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13년째 주인장 내외와 함께 찬모 겸 손님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점도 변함없는 이 집의 반찬 맛을 가능하게 해주는 한 요인으로 보인다.

이 집을 비롯해 안동한우 갈비골목의 갈빗집들은 유명한 광양불고기나 언양불고기 못지않은 상품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일본 야키니쿠 타래(소스)처럼 손님이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양념하는 마늘간장소스를 비롯해 고기에 마늘을 넣어 느끼한 맛을 중화시켜주면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생갈비는 충분히 개성 있는 향토음식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음식의 질과 서비스도 뛰어나고 한우 갈비를 서울의 거의 절반 가격에 제공하고 있지만 이 식당과 갈비골목이 아직 외부에는 그 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머지않아 찜닭, 간고등어, 헛제삿밥, 건진국수에 이어 안동 한우마늘갈비가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등극할 것이다. 054-855-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