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의 맛집

외식 전문기자가 발로 뛰어 발굴한 숨은 맛집

햇과 2011. 3. 21. 14:08

 

외식 전문 기자가 발로 뛰어 발굴한 숨은 맛집 ① 경기도 양평 몽실식당
‘도래창’을 아시나요?

‘소나기’의 고장 양평은 지금도 5일마다 3·8장이 선다. 중앙선 양평역 건너편에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쓰는 장터가 있고, 장터 너른 마당 앞에 <몽실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요즘 ‘도래창’으로 새로운 맛을 찾는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래창은 돼지의 횡격막을 둥글게 잘래낸 일종의 특수부위다. ‘도래’라는 이름과 같이 봉제인형의 손바닥처럼 통통하고 둥글넓적하게 생겼는데 쫄깃한 씹는 맛과 고소함이 그만이다. 도래창 맛을 손님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닭똥집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집 주인장 김동운 사장은 도축장에 다니는 동네 선배들이 일 끝나면 자기들끼리 뭔가를 맛있게 구워먹는 것을 가끔 보았다. 김 사장이 찾아가 먹어보니 역시 맛이 괜찮았다. 이것이 연구 끝에 지금의 메뉴로 개발한 도래창이다.

철판 위에 채 썰은 파와 양파를 넉넉히 얹고 가래떡과 소스를 넣어 소금으로 간을 한 것이 ‘도래창소금구이’인데 1인분에 6천원으로 가격도 부담 없다. 도래창소금구이는 소주 안주로도 좋지만 이집에서 직접 빚은 ‘동구막걸리’와 아주 궁합이 잘 맞는다. 동구막걸리는 주인장 김 사장이 개발한 술, 화학 발효제가 아닌 누룩으로 발효시켜 텁텁하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다. 한 때 김 사장도 막걸리를 한말 반씩 마셨던 폭주가였다. 하루도 안 거르고 엄청난 양의 막걸리를 팔아준 그가 고마워 막걸리집 주인이 막걸리 만드는 법을 전수해주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개발한 술이 동구막걸리다.

200g에 8000원씩 하는 지리산 흑돼지소금구이도 먼 길까지 온 손님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가격이 착하거니와 흑돼지 본래의 깊은 맛을 볼 수 있다. 주인장의 말에 따르면 이집의 흑돼지는 버크셔 순종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라고 한다. 이 고기를 7일 이상 숙성시켜 씹는 맛과 부드러움을 한층 더했다고. 남도에서 직송한 갈치속젓에 찍어먹는 흑돼지소금구이의 맛은 자별하다. 갈치속젓이 느끼하지 않으면서 돼지고기 맛의 풍미를 더 도드라지게 해준다.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원가가 30~40%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에는 절대 가격 인상을 안 한다고 한다.

 

<몽실식당>은 고기를 먹은 손님에겐 된장찌개나 김칫국밥을 서비스로 준다. 된장찌개도 맛있지만 양지머리와 남해멸치로 국물을 낸 김칫국밥이 먹어볼 만하다. 개운한 국물이 고기 먹은 뒷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경상도식 갱시기와 서울식 소고기 국물의 절묘한 조합으로 서울에서 일부러 김치국밥을 사먹으러 부부가 오는 경우도 있다. 김동운 사장의 모토는 ‘식재료는 늘 최상의 것을 쓴다’는 것이란다. 김칫국밥 한 숟가락에서 얼핏 그의 진정성이 묻어났다. 운이 좋은 날이면 찬으로 비싼 어리굴젓도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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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봉화군 춘양면 '동궁회관'

    몸에, 입에, 눈에도 좋은 ‘엄나무순 돌솥밥’

    삿된 것 지키는 엄나무, 우리 건강까지 지켜줘

    엄나무 가지를 보면 외갓집 생각이 난다. 어렸을 적 외갓집에 가면, 온갖 삿된 것들이 대문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늘 엄나무 가지가 문설주 위에서 무서운 가시를 꼿꼿이 세우고 노려보았다. 대문을 들어설 때면 그 서슬에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고 삼가는 마음이 들곤 했다.

    민간에서 엄나무는 이처럼 벽사의 기능을 완벽히 수행했으며, 봄이 오면 엄나무 순이 서민들에게 훌륭한 먹을거리 구실도 했다. 봄철 엄나무 순은 쌉싸래하면서 싸아~한 맛과 함께 향긋한 특유의 향으로 겨우내 묵었던 선조들의 입맛을 되돌려놓았다.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보름 남짓한 아주 짧은 봄 한철에만 먹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엄나무는 인삼 성분인 사포닌과 비타민 무기질을 함유, 항암 항균을 비롯해 진정 진통작용과 관절염, 당뇨 등에도 효험이 있고 거담작용과 위액을 촉진시켜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또한 봄철에 잠깐 새순으로 나오기 때문에 벌레가 없고 당연히 농약을 칠 필요가 없는 청정식재료다. 이번에 찾아간 경북 봉화군의 '동궁회관'은 양질의 기능성 식재료인 엄나무 순을 일 년 내내 연중 사용하고 약선 메뉴로 개발하고 있었다.


     

    엄나무 순과 송이 향의 절창에 밑반찬까지 탄탄

    이 집 대표 메뉴는 돌솥에 불린 쌀과 엄나무 순 100g을 은행과 함께 넣고 지은 ‘엄나무순 돌솥밥(8000원)’. 주인장 양씨가 강원도 정선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곤드레 밥을 먹다가 ‘아, 이 정도면 우리 고향의 엄나무 순이 훨씬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메뉴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경북 봉화군 춘양면은 해발고도가 높고 연교차와 일교차가 크며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숨은 청정지역이다. 이런 지역 특성 탓에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여 목재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춘양목’이 나는 곳이다. 춘양목과 함께 일명 ‘개두릅’이라고 하는 엄나무 군락지의 자생밀도 또한 아주 높은 지역이다. 

    우여곡절 끝에 엄나무순돌솥밥을 개발한 양씨는 봉화군의 관계자들을 초청, 시식회를 갖고 봉화군의 토속음식으로 인정을 받았다. 2009년 4월, 봉화군 토속음식 제 36호로 공식 지정을 받은 것.

    돌솥에서 김이 솟아올랐다. 뚜껑을 열자 엄나무 순의 연한 초록색과 순박한 산나물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돌솥의 밥을 김 가루가 담긴 대접에 옮겨 송이간장 소스를 넣고 비볐다. 나물 향과 함께 보드라운 식물성 촉감이 구강 내벽에서 춤을 추다 목구멍 너머로 사라진다. 엄나무 순의 향과 함께 송이버섯의 향기가 입 안에서 잘 어우러진다.
    주인장이 오랫동안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는 송이간장 소스, 직접 먹어보니 그 진가를 알 것 같았다. 밥도 밥이지만 함께 나오는 곰취 장아찌, 송이 장아찌, 엄나무 순 장아찌, 표고버섯 볶음, 우엉조림, 두릅나물 등속의 반찬은 도시에서는 여간해서 먹기 어려운 산촌 고유의 풍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도시 사람들이 환장한다는 물김치도 몇 번 숟가락이 가질 않은 것 같은데 한 그릇이 금방 바닥을 보인다. 먹음직스런 구수한 청국장찌개가 끝내 토라졌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배는 불러오고 밥그릇에 밥은 다 비었는데… 밥을 먹는 동안 돌솥에 물을 부어 밥을 다 먹고 난 뒤 숭늉으로 먹는다. 

    엄나무 순으로 만든 메뉴는 이밖에도 ‘엄나무순 송이돌솥밥(1만2000원)’, 엄나무 비빔밥, 엄나무 삼계탕, 엄나무 식혜 등이 있다. 엄나무순 송이돌솥밥은 송이버섯을 넣어 송이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즐겨 찾는다. 엄나무 비빔밥은 엄나무 순을 다른 재료들과 함께 비벼먹는 메뉴로 앞으로 돌솥밥과 함께 엄나무 시리즈의 쌍벽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봉화군 특산물로 자리매김 기대돼

    주인장 양씨는 엄나무 순 메뉴들을 더욱 다양하게 개발하여 코스 요리로 발전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춘양면의 농민들에게 일 년 동안 쓸 엄나무 순 1,200kg 정도씩을 해마다 매입해서 저장해둔다. 올해부터는 통신판매허가도 내, 군청에서 운영하는 ‘봉화장터’라는 인터넷 코너를 통해 엄나무 순을 팔 예정이다. 엄나무 사업이 활성화 되면 춘양 지역의 농가 소득에 크게 이바지하고, 도시민들에게 청정 약선 음식을 제공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 집이 한우 고기를 파는 고깃집과 엄나무 순 약선 음식점의 두 가지 콘셉트가 공존하고 있는 상태. 올 해에는 좀 더 ‘엄나무 순 약선 음식점’ 쪽으로 식당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을 기대해본다. 아울러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엄나무 순 약선 메뉴가 봉화군의 특산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과 관계기관의 협조와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엄나무 순의 색과 향과 맛과 성분들은 눈, 코, 입을 즐겁게 하고 몸에도 이로운 작용을 한다. 아마 이 좋은 것들을 지키고 감추려고 엄나무는 그렇게 많은 가시를 단 채 무서운 얼굴을 했었나보다, 동물의 보호색처럼. 엄나무 순에는 시공이 멈춘 산 속 적막, 가지에 앉았다 날아간 산새의 여운이 묻어있다. 엄나무 순에는 우주를 죽죽 밀어 올리는 봄의 기운, 봄의 향기가 스며있다. 더구나 소백과 태백의 정기 받은 ‘춘양 엄나무 순’임에랴. 053-93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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