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의 맛집

삼성역 부근 맛 집

햇과 2010. 10. 19. 11:52

삼성역 사거리는 강남에서 가장 많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지역. 코엑스 블록을 중심으로 대형 전시장과 몰, 극장, 호텔, 백화점 등이 몰려 있어 유동인구도 강남은 물론 서울을 통틀어 가장 많은 곳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꾸준히 확장, 발전해 온 이 일대는 최근 들어 월드컵 길거리 응원과 다음 달 열릴 G20 정상회의 등으로 서울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를 잡는듯한 양상이다.

이 일대는 식당도 셀 수 없을 정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건너편 주택가에서부터 서울의료원 일대까지 크고 작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30년 구력의 오래된 맛집에서부터 유명 프랜차이즈의 분점까지,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전체적으로 음식의 평균치는 낮지 않지만 그래서 맛난 집을 가려내는 것은 더 어렵다.

이 일대 터주대감 격인 인터컨티넨탈 호텔 홍보팀에 부탁했더니 연회 담당 문기철 주방장을 추천해주었다. 직업적으로 맛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회사 근처에서 자주 모임을 가지는 인물이기 때문. 그가 소개하는 맛집들은 가격대도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멤버들이 놀랄 만큼 맛이 뛰어난 집들로 정평이 나있다고. 문 주방장이 추천한 맛집들을 둘러보았다.

송강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 장어구이지만 양식으로 장어가 흔해지면서 정말 맛있는 장어집을 찾기는 도리어 힘들어진 듯하다.

이 일대에서만 30년째 대를 이어 영업하고 있는 장어집. 서울 시내에서 장어 맛 좋은 집을 꼽을 때도 늘 들어가는 집이다.

이 집의 비결은 물론 '특제 비밀소스'. 젓갈에서부터 마늘까지 전국에서 좋다고 소문난 재료들만 구하고 된장 고추장까지 직접 담가 만든다. 주인장이 30년 장수의 첫 번째 비결로 꼽는 양념 레시피는 부인도 모르고 아버지와 장차 가게를 물려받을 아들 둘만 알고 있다고 한다.

간장, 고추장, 소금구이 세 가지 종류의 장어구이가 모두 맛있다. 특히 간장, 마늘, 생강을 중심으로 맛을 내는 간장구이는 너무 달지 않고 깔끔해 일품 소리를 듣는다.

사시사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집이지만 "9월에서 11월에 이르는 가을이 장어 제철"이라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다. 점심에는 장어탕도 좋다.

다른 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특징은 장어 보신탕. 장어를 푹 고아 만들어 팩에 담아 판매한다. 보름 동안 먹는 것이 기본. 장어가 스테미너 식이라는 착안해 환자, 산모, 노인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장어 집이나 맛에 비해 가격대도 과하지 않다.

위치 :

봉은사 바로 옆 큰 길가. (02) 545-9432
대표메뉴 : 장어정식(1만9000원) 장어탕(6000원) 장어보신탕(16만원)

소공동 뚝배기

직장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소공동 뚝배기 2호점. 1962년 소공동에서 뚝배기로 일대를 평정한 소공동 뚝배기가 2000년 강남에 처음으로 낸 가게다. 2002년 이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삼성역 일대에만도 여러 곳이 성업 중이나 본사에서 직영한다는 점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역시 순두부. 가장 인기가 좋은 소공동 순두부 외에 특얼큰, 소시지, 만두, 버섯 네 가지 맛이 있다.

후들후들한 순두부를 후후 불면서 먹는 맛은 이미 외국인들도 인정한 맛. 뚝배기도 닭볶음, 꽁치, 불고기, 콩비지, 청국장, 김치 등 다양한 맛이 있어 입맛대로 고르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불고기 뚝배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얼큰한데다 금방 식지 않는 뚝배기의 성질상 요즘같은 날씨에 땀을 쏟을 정도. 특히 특얼큰 순두부는 정신이 번쩍 날 수준이다. 순두부와 뚝배기는 종류에 관계없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 일대 빌딩의 단골 배달 메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화구이도 뚝배기 못지않다. 특히 직화 정식 세트메뉴는 가격에 비해 양과 질 모두 우수하다. 제육, 낙지, 오징어, 소고기를 고르면 5000원 상당의 찌개에 공기밥 2개가 나오니 점심 한 끼 식사는 물론 저녁 회식 메뉴로도 강추 할만.

그 중에서도 이 집의 스타 메뉴는 제육볶음이다. 제육볶음 맛있게 하는 집으로도 소문이 나있다.

위치 :

서울의료원 정문 일방통행길 건너 편. (02) 567-9419
대표메뉴 : 소공동 순두부(6000원) 김치뚝배기(5000원) 제육직화정식(1만5000원) 섞어직화정식 (1만6000원)

권서방네 순대

따끈, 얼큰한 순대국밥 한 그릇. 간밤에 술 한잔한 사람이라면 아침부터 생각나는 메뉴다. 권서방네 순대가 인터컨티넨탈 호텔 맞은편 블록에서도 유난히 사람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집의 순대국밥은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다 양도 넉넉해서 특히 젊은 남자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다. 곰국처럼 뽀안 국물을 저으면 그 안에 다대기가 들어있어 점점 빨개진다.

식당에는 간을 먼저 보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면 맛있다는 안내글이 붙어있지만 따로 간을 안해도 될만큼 간이 딱 맞는다. 순대국밥과 함께 나오는 부추김치도 아주 맛나다.

밥 한 그릇 말아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좀 더 몸보신을 하고 싶다면 한방 순대국도 먹어볼만 하다. 각종 한약재와 인삼, 대추가 들어가도 양도 더 푸짐하다.

순대도 양이 푸짐하긴 마찬가지. 흔히 먹는 순대보다 길게 썰어준다. 찹쌀과 당면만 들어간 옛날 순대와 순대국밥에 들어가는 토종 순대, 김치순대, 고추순대, 오징어 순대, 왕순대 등 종류가 다양하다. 옛날 순대는 껍질이 약간 질기다는 느낌이 있다.

위치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길 건너 대명중 옆. (02) 539-8232
대표메뉴 : 순대국(6000원) 한방순대국(9000원) 옛날순대(1만5000원) 토종순대(1만8000원)

포 사이공

직장인 인기 점심 메뉴로 자리 잡은 베트남 쌀국수의 오리지널 맛을 느낄 수 있는 곳. 문기철 주방장은 "인공적인 맛이 진한 다른 집들과 달리 베트남 현지의 맛이 나 쌀국수를 먹고 싶을 땐 항상 이 집을 간다"고 말한다.

붉은 월남 스타일의 메뉴판을 펼치니 다른 베트남 쌀국수 집과 다른 점이 대번에 눈에 띈다. 흔히 먹는 쌀국수 대신 매운 쌀국수가 별도 페이지로 앞에 나와 있다. 쌀국수는 좋지만 약간 밍밍하다고 여겨졌던 사람이라면 딱 맞을 듯. 안심, 해물, 닭고기 등 입맛에 따라 베이스를 고를 수 있다.

일반적인 베트남 쌀국수 중에서는 부드러운 안심이 얹어진 포타이나 양지가 들어간 포친이 가장 인기 메뉴. 적당한 간과 후추의 매운 맛이 도드라진다. 사이드 메뉴로는 흔히 먹는 에그롤이나 스프링 롤 대신 매콤새콤한 닭고기에 땅콩이 곁들여진 야채 샐러드를 함께 하면 적당한 조화를 이룬다. 김치나 단무지 없어도 칼칼함을 보충해준다.

쌀국수 외에 중국집 수준의 다양한 요리들도 구비되어 있다. 굴소스에 볶은 돼지고기를 얹은 덮밥, 에그 누들과 굴소스 해물볶음, 피시 소스의 매콤한 해물과 야채요리 등 메뉴 설명만 보고도 그 맛이 짐작이 가는 동남아식 요리들이다.

붉은 등이 달린 실내도 모던하지만 넷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2개가 놓인 테라스도 있어 볕 좋은 날 운치있는 점심을 즐기기에도 좋다. 입가심으로 베트남식 냉커피도 빼놓지 말자.

위치 :

세븐럭 카지노 옆 오크우드 호텔 바로 건너. (02)554-0220
대표메뉴 : 포타이(S 7500원) 굴소스 돼지고기 불판 덮밥과 에그롤(9500원) 피시 소스의 매콤한 해물과 야채(1만7000원) 냉커피(4000원)

김명자 굴국밥

지하상가에 위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을부터 봄 직전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 열린 문으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30여개는 족히 되어 보임직한 테이블의 숫자가 이 집의 인기를 짐작하게 한다.

매일 통영에서 신선한 생굴을 공수해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상호를 대표하는 굴국밥을 시키면 뿌연 거품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뚝배기 한 그릇이 나온다. 밥까지 들어있어 단촐한 듯하지만 부추와 거품을 살짝 젖혀보면 뽀얀 국물 속에 제법 큼지막한 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술 떠 먹어보면 담백하면서도 바다의 맛이 느껴진다. 특히 함께 따라 나온 푹 익은 깍두기와 절묘한 궁합을 자랑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부추와 양파도 나쁘지 않지만 깍두기만은 못하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두부, 계란, 파, 미역 등 몸에 좋은 재료들만 적당히 섞여 있어 남녀, 직급에 상관없이 직장인이라면 한 끼 식사로 누구나 만족할만한 맛이다. 굴국밥이 조금 적다고 느껴진다면 닭이 들어간 굴 반계탕을 먹으면 더 푸짐하다. 공기밥은 언제든 추가 가능한 후한 인심도 반갑다.

굴전과 굴회무침도 스타 메뉴다. 후들후들한 굴 위에 고소한 계란옷이 입혀지면 술이 저절로 넘어갈 듯. 생굴로 된 안주는 꼬막으로 바꿔 주문할 수도 있다. 낮에는 식사, 저녁에는 회식하기 딱 좋은 집이다.

위치 :

삼성역 4번 출구 글라스타워 뒤편 알파문구 건물 지하. (02) 561-2375
대표메뉴 : 굴국밥(6000원) 굴전(1만2000원) 굴회무침(1만2000원) 굴보쌈(2만2000원)

■ 봉은사, 마음을 살찌우는 한 낮의 짧은 사색길

삼성역 일대 직장인들에겐 다른 지역엔 없는 귀한 산책 코스가 있다. 봉은사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봉은사는 안국동의 조계사와 더불어 드물게 인근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가볼 수 있는 큰 절이다.

절이라는 특성상 봉은사 산책은 공원이나 산책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우선 봉은사라는 현판이 붙은 진여문으로 발을 들려 놓는 순간, 은은한 향내가 코 끝에 와 닿는다. 온 몸을 감싸는 향내는 누구든 방금 전 바깥 세상과는 다른 공간에 와있음을 실감케 한다. 불자이든 아니든 낯선 곳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은 기분 좋은 각성이다.

실제 봉은사는 절을 둘러싼 일대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고층 건물이 없는 넓은 대지에 숲이 울창하다. 얼마 만에 듣나 싶은 새소리도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다. 이제 강남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흙바닥하며 빌딩 숲과 아파트 촌을 배경으로 수백년 된 절집과 잘 생긴 노송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이질적이라 마치 구한말 조선을 방문한 서양 선교사라도 된 기분이다. 신라 원성왕 때 창건되었다는 봉은사 입장에서 보자면 천년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을 제외한 주변만 상전벽해가 된 것이겠지만.

진여문 앞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도로의 소음도 사라진고 법왕루와 종루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 더 올라가면 그 뒤로 대웅전이 자리한다. 어쩌다 봉은사를 구경하러 온 사람이라면 절의 중심인 대웅전을 보았으니 다 보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주 다니는 사람, 혹은 산책이 주목적인 사람이라면 대웅전 뒤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영산전부터 판전을 거쳐 서쪽 끝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수련원문 앞에 이르는 숲길이 봉은사 산책의 백미다. 절집을 끼고 이어지는 작은 길, 이곳이 절이라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아름드리 나무가 무성한 숲길이 적당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봉은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20분 안팎이면 족하다. 하지만 어디라도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훨씬 오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미륵불 앞을 비롯해 곳곳에서 정성 들여 기원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그 간절함에 마음이 움직인다.

"태어남도 죽음도 시간의 한마디일 뿐이니라"는 법문을 읽으면 속세의 번뇌, 직장에서의 갈등도 저절로 수그러들면서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따금, 점심을 아주 간단히 하거나 아예 거르고서라도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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