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정의 길섶에서 발견하는 참삶의 지혜 채근담
지은이 : 홍자성(洪自誠)
명대말의 인물로 호는 환초도인이다.
저술로는 {선불기종}과{채근담}이 있다.
일찍이 양신을 스승으로 섬겼고 우공겸, 원황, 풍몽정 등과 교육했다는 이외는
뚜렷한 기록이 남겨 있지 않다.
평범함의 진실『채근담』
전집 채근담
1. 도덕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은 한때 쓸쓸하고 외로우나, 권세에 빌붙어 아부하는 사람은 영원히 불쌍하고 처량하다.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은 세속을 초월한 진리를 살피고 죽은 후 자신의 평판을 생각하니, 차라리 한 때 쓸쓸하고 외로울지언정 영원히 불쌍하고 처량하게 될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2. 세상풍파에 시달리는 시간이 짧으면 속세의 찌든 먼지를 덜 묻히게 되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세상일에 찌들다 보면 권모술수만 능숙하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는 세련되고 능숙하기보다는 소박하고 우둔하며, 작은일에 얽매어 세세하게 신경쓰기보다는 세속을 초월하여 호탕하게 살아간다.
3. 군자의 마음은 푸른 하늘과 밝은 해처럼 공명정대하게 하여 한 가지 일이라도 남들이 모르게 해서는 안되며, 군자의 재주는 깊이 넣어 둔 옥과 은밀히 감추어 둔 구슬 같게 하여 남들이 쉽게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4. 권세와 명예, 부귀영화를 가까이하지 않는 이도 청렴결백하지만,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이 더욱 고결한 사람이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이도 뛰어나지만, 쓸 줄 알면서도 쓰지 않는 사람이 더욱 뛰어난 사람이다.
5. 귀에 거슬리는 충고더라도 항상 들을 줄 알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이더라도 항상 간직한다면 이것으로 덕을 증진시키고 행동을 닦는 숫돌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들리는 말마다 귀를 즐겁게 하고 하는 일마다 자신의 마음에만 맞게 잘 된다면, 이것은 자신의 일생을 짐새의 독 속에 파묻는 것이다.
* 원문은 ‘역이지언(逆耳之言)으로, 귀에 거슬리는 말, 듣기 싫은 충고나 의견을 말한다 사기(史記), 설원(說苑)등에 “충실하고 강직한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하는데 도움이 되고, 좋은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 원문은 ‘짐독(鴆毒)이다. 짐새의 깃을 술에 담가 만든 맹독(猛毒)으로 짐새는 중국 광동성의 깊은 산에 산다는 전설상의 독조이다. 이 짐새의 깃털을 술에 담그면 맹독이 나와 그 술을 마시면 즉사한다고 한다.
6.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씨에는 야생에 익숙한 짐승들도 두려워 떨고, 상쾌한 바람이 부는 화창한 날씨에는 무심한 초목도
즐거워한다. 그러니 천지에는 하루라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라도 즐겁고 활기찬 마음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 진한 술과 살진 고기, 맵고 단 맛이 아니니 참 맛은 다만 담백할 뿐이다. 신묘하고 기괴하며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도덕과 학문이 높은 사람은 아니니, 도덕과 학문이 높은 삶의 말과 행동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
8. 천지는 고요히 움직이지 않으나 만물생성의 작용은 조금도 멈춤이 없으며, 해와 달은 밤낮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나 그 밝은 빛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할 때 마음의 긴장을 놓지 말아양 하고 분주할 때 여유 있는 정취를 지녀야 한다.
9. 밤 깊어 인적이 고요한 때 홀로 앉아 자신의 마음을 관찰해 보면, 비로소 망령된 생각이 모두 사라지고 인간의 깨끗한 본성이 드러남을 깨닫게 되니, 항상 이 속에서 자유로운 마음의 움직임을 얻게 된다. 이미 본성이 드러났는데도 망령된 생각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는다면 또한 이 가운데에서 깊이 부그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10. 총애 속에서 재앙이 생기니, 한창 의기양양할 때 일찌감치 돌이켜 반성해야 한다.
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할 수 있으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포기해서는 안된다.
11. 거친 음식을 즐기는 사람 중에는 청렴결백한 이가 많고, 호의호식을 구하는 사람들은 온갖 아첨과 아양을 불사한다.
왜냐하면 지조는 담박하고 청렴한 데에서 뚜렷해지고, 절개는 호의호식하며 물욕을 탐하는데에서 읽기 때문이다.
12. 살아생전에는 마음가짐을 관대하게 하여 남들이 불평하지 않도록 해야하고, 죽은 뒤에는 은택을 후세에 오래도록 남겨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13.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양보하여 다른 사람을 먼저 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조금 덜어 다른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여, 바로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 중의 하나이다.
14. 사람으로서 처신함에 있어 특별히 무슨 고상하고 원대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니, 세속적인 마음을 털어 버리면 곧 명망이
높은 선비의 반열에 들게 된다.
학문을 하는데 특별히 무슨 학식을 쌓는 공부가 있는 것은 아니니, 물욕의 속박을 덜어 없애면 곧 성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15. 벗을 사귈 때에는 모름지기 어느 정도 의협심을 지녀야 하고, 사람으로 처신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16. 영예와 명리는 다른 사람보다 앞서 차지하지 말고, 도덕적 행위와 사회사업은 남에게 뒤쳐지지 말라. 분수에 넘게 받지 말고, 수양과 실천은 있는 힘껏 하라.
17.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뛰어난 행동이니, 물어나는 것이 곧 나아가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할 때에는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실로 자신을 이롭게 하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18. 세상을 뒤덮을 만한 공로도 자만이란 ‘긍(矜) 한 글자를 당해낼 수 없고 하늘에 닿을 듯한 죄악도 누우침이란 ’회(悔) 한 글자를 이겨내지 못한다.
19. 완전무결한 명성과 훌륭한 절의는 혼자 차지해서는 안 되니,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고 화근을 멀리하고 몸을 보전할 수 있다.
치욕스러운 행위와 더러워진 이름은 다른 사람에게 전부 떠밀어서는 안되니, 어느 정도는 내 탓으로 돌려야 재능을 간직하고
덕을 닦을 수 있다.
20. 어떤 일이든지 여유로운 마음을 남겨 둔다면, 조물주도 나를 시기하지 못할 것이고, 귀신도 나를 해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사업에서 꼭 완벽함을 구하고 공적에서 반드시 최고의 것을 구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내우외환이 있을 것이다.
21. 가정 안에 진정한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 진정한 도리가 있다.
사람이 성실한 마음과 온화한 기색, 즐거운 얼굴빛과 부드러운 말씨로 부모형제를 한 몸처럼 융화시키고, 뜻과 기개를
통하게 한다면 호흡을 고르거나 마음을 관조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22. 움직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사이의 번개요, 바람 앞의 등불임,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식어버린 재요, 말라죽은 나무라.
모름지기 머물러 있는 구름과 고여 있는 물 가운데에서도,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비로소 도의 본체를
갖추게 되리라.
23. 다른 사람의 잘못을 비판할 때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지 말고 그가 그 책망을 감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가르칠 때는 너무 어려운 것을 기대하지 말고 그가 따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4. 굼뱅이는 몹시 더러우나 매매로 변하여 가을 바람결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반딧불로 변화하여 여름밤 밝은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늘 어두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25. 뽐내고 거만한 것은 객기일 뿐이니 객기를 누른 뒤에야 지극히 크고 �센 기가 퍼진다.
욕망과 의식은 모두 망령된 마음이니 망령된 마음을 없앤 뒤에야 참된 마음이 나타난다.
26. 배불리 먹고 난 뒤에 음식의 맛을 생각하면 맛있고 없다는 분별이 모두 사라지게 되고 성욕이 충족된 뒤에 음욕을 생각하면 이성에 대한 생각이 싹 가셔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항상 일이 끝난 후에 뉘우칠 것을 생각하여 일에 착수할 때의 어리석음과 혼미함을 물리친다면, 본성이 안정되어 행동이 바르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27. 높은 관직에 있어도 산림에 은거하여 명예와 이익을 구하지 않는 은자(隱者)의 고결한 풍취를 가져야 하고, 산림에 은거하면서도 모름지기 국가를 다스리는 포부를 지녀야 한다.
28.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무리하게 공로를 구하지 말라. 실수 없는 것이 바로 공이니까.
남을 도울 때 상대방이 은덕에 감격하기를 바라지 말라. 원망 듣지 않는 것이 은덕인 셈이니까.
29. 근심하고 부지런히 힘쓴은 훌륭한 덕생이나, 과도하게 있는 힘을 다하면 마음을 즐겁고 상쾌하게 할 수 없다. 담박한 삶은 고매한 풍격이나, 지나치게 인정이 메마르면 남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없다.
30. 일이 막히고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은 마땅히 본래 지녔던 마음을 돌이켜 보아야 하고, 공을 이루고 사업을 성취한 사람은 종국에 닥칠 어려움을 살펴야 한다.
31. 부귀한 집안은 당연히 관대하고 어질어야 하는데 도리어 샘이 많고 모질면 부귀하면서도 그 행실을 가난하고 천하게 하는 것이니 어떻게 부귀를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그 재능을 깊이 간직해 두어야 하는데 도리어 잘난 듯 과시하면 총명하면서도 우매하게 그 병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32. 낮은 곳에 거처한 뒤에야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의 위태로움을 알 것이요.
어두운 곳에 있은 뒤에야 밝은 곳을 향함이 지나치게 드러난다는 것을 알 것이다.
평온함을 간직한 뒤에야 활동하기 좋아하는 것이 지나치게 고됨을 알 것이요, 침묵을 수양한 뒤에야 많은 것이 소란스럽다는 것을 알 것이다.
33. 부귀공명을 추구하는 마음을 떨칠 수 있어야 평범한 단계를 벗어날 수 있고, 인의도덕에 얽매이는 마음을 떨칠 수 있어야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
34. 이익과 욕심이 다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이야말로 마음을 해치는 도덕이다. 음악과
성욕이 꼭 도덕수양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총명하다고 잘난 체하는 것이야말로 도덕수양의 장애물이다.
35. 인정이 변하기 쉽고, 세상살이 험난하고 고생스럽기만 하다. 일이 순탄치 못할 때에는 반드시 한 걸음 물러나는 이치를 알아야 하고, 일이 거침없이 잘될 때에는 반드시 조금씩 양보하는 공덕을 더해야 한다.
36. 소인을 대할 때 엄격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미워하지 않기가 어렵고 군자를 대할 때 공손하게 받드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예의 갖추기가 어렵다.
37. 차라리 순박함을 지키고 총명함을 물리쳐, 크고 굳센 기운을 남겨 천지에 되돌리는 것이 나으며, 차라리 부귀영화를 버리고 담박한 삶을 즐겁게 여겨, 깨끗한 이름을 남겨 천하에 두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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