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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곡사로 드는 소나무 숲길. 적송이 몸을 뒤틀며 서있는 이 길은 언제 가도 청신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특히 이른 새벽 안개가 낄 때나, 비가 내리는 날의 정취가 더 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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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사성 고택 뒤편의 삼상당. 맹사성과 황희, 권진 등 3명의 정승이 각각 3그루씩 9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어 ‘구괴정’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9그루의 느티나무 중에서 2그루만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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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덕산 아래 강당골에서 서늘한 기운에 더위를 잊다.
광덕산(699m). 산이 드문 충남 천안과 아산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바로 광덕산이다. 광덕(廣德)이란 이름답게 산은 크되 모나거나 가파르지 않고, 둥글고 덕스러운 느낌이다. 그 산의 아산 쪽 발치에 강당골 계곡이 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하고, 계곡을 휘감으면서 우당탕 굽이쳐 흘러내리는, 강당골의 계류는 맑고 차다. 강당골 계곡에 발을 들이자마자 축축한 이끼의 기운이 서늘하다. 아무리 뙤약볕이 쏟아지는 한여름에도 강당골에 놓인 출렁다리를 건너 계곡으로 내려서면 골짜기를 몰아 내려온 바람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면 오송송 소름이 돋고 금세 땀이 식을 정도다.
다리 아래 소(沼)가 깊다. 깊은 골의 폭포에 용에 얽힌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듯, 이곳에도 용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무기가 이 골짜기에서 승천하다가, 때마침 임산부에게 발각돼 떨어지면서 깊은 못이 만들어졌다는 것.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석문용추(石門龍湫)’라 불렀다. 다 믿을 수야 없는 일이지만, 깊이 5m쯤 되는 이 못은 한때 3타래나 풀려 들어간 명주실이 바닥에 닿지 않았을 정도로 깊었다고 전해진다.
꼭 강당골이 아니어도 광덕산에는 짙은 숲과 계곡이 곳곳에 있다. 6·25 전쟁때 난리를 피해 1만명이 숨어 들었지만, 워낙 숲이 짙어 한 명도 보이지 않아 ‘만인의 숲’이란 이름이 붙은 골도 있고, 한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어둑어둑하다는 어둔골도 있다. 또 한때 큰 절이 있었다는 절골도 있다.
# 불교와 유교의 동거. 강당골에 깃든 이야기를 따라가다.
강당골을 이야기하자면, 조선 영조때의 문신이던 외암 이간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좀처럼 벼슬자리에 나서지 않았던 이간은 관직 생활보다는 학문과 글씨로 그 이름이 더 알려진 인물이다. 조선 후기의 마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아산의 명소로 꼽히는 외암 민속마을이 그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이라면, 강당골이란 계곡의 이름은 그가 이 골짜기에 관선재라는 강당을 짓고 후학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문을 강론하던 서원 역할을 했던 관선재는 고종의 서원 철폐령으로 존폐의 위기를 맞았으나, 이를 모면하고자 인근 마곡사에서 불상을 가져다 안치하고 불사를 행하면서 강당사란 이름의 절집으로 변모했다. 불교와 유교의 동거는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이간이 주창했던 ‘인성과 물성은 같다’는 ‘인물동성론’과 ‘만물은 다 같이 깨달을 성품이 있다’는 부처의 사상은 절묘하게 일맥상통한다. 이로써 사찰이면서 서원인 공간에서 유교와 불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된 셈이다.
지금도 발이 내려 쳐진 관선재는 계곡을 바라보며 현판을 달고 서있고, 관선재를 안고 있는 절집 강당사에는 스님들이 거주하고 있다. 법당엔 은은한 독경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스님이 기거하는 요사채의 한쪽 건물에는 이간의 문집 판본 307장을 보관한 장판각이 서있다. 절집을 지키는 스님에게 정중히 청하면 언제든 장판각의 문을 열어 고이 보관하고 있는 판본을 볼 수 있다.
# 이른 새벽, 안개에 싸인 붉은 소나무 숲길을 걷다.
구태여 이른 새벽 아산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봉곡사의 소나무 숲길을 걷고자 함이다. 그 길은 어느 때 걸어도 좋지만, 새벽녘에 오르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봉곡사로 오르는 그 길에는 수령 200여년은 훌쩍 넘었을 소나무들이 마치 혼령처럼 몸을 비틀며 서있다. 온통 짙은 솔향을 내는 소나무들. 그야말로 크고, 깊고, 또 서늘한 숲길이다. 새벽에 안개에 싸인 이 길에 들면 한순간 입안을 화하게 씻어내는 박하잎을 씹은 듯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번져 나간다. 숲길을 따라 작은 골짜기로 흐르는 실낱 같은 물줄기. 비록 수량은 적지만, 물소리만큼은 청아하다. 물소리를 귀에 담고 솔향을 맡으며 이 숲길을 걸으면, 세속의 묵은 때가 절로 벗겨질 것 같다.
대웅전 하나에 산신각, 요사채가 고작인 봉곡사는 세속과 교류하며 불사를 거듭하는 위세 당당한 거찰과는 도무지 거리가 멀다. 그 대신 적요한 절집은 신라시대 도선국사의 창건 설화와 만공 스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만 세월의 이끼에 덮여 있다.
이쯤에서 드는 질문 하나. 깊고 깊은 산중도 아닌데다, 위세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소박한 절집으로 드는 700m 숲길의 울창한 소나무들이 어찌 베어지지 않고,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건 적송이 늘어선 숲길에서 느껴지는 신령스러움 탓이 아닐까. 누가 막아서지 않더라도, 아무도 지키는 이가 없더라도, 이 숲은 저 스스로의 생명력과 기운만으로도 능히 살아 남을 수 있었으리라.
# 이야기를 따라가는 아산 여행길.
아산에는 유독 옛이야기들이 많다. 지명에 얽힌 것도, 인물에 얽힌 것도 많다.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 바로 조선시대의 청렴한 재상이었던 맹사성이다. 맹사성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그의 청렴함을 기리는 내용인데, 우의정과 좌의정까지 지냈음에도 비가 줄줄 새는 집에서 살았다든지, 거친 밥에다 간장 하나로 끼니를 때웠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이 부지기수다. 어찌나 추앙을 받았던지,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인물임에도 그의 이야기는 마치 신화를 방불케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그가 한양을 오갈 때 ‘검은 기린을 타고 다녔다’는 것. 평소 가마를 타지 않던 그는 마을 청년들에게 붙잡혀 위기에 처한 기린을 구해주고는, 가마 대신 그 기린을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기린이란, 신령스러운 상상 속의 동물이었다.
# 아산의 새 명소를 찾아 나서다.
현충사, 민속박물관 등으로 대표돼온 아산은 아무래도 낡은 느낌의 여행지이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여행 목적지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오는 7월1일 도고온천에는 대형 스파 ‘파라다이스 스파도고’가 새로 문을 연다. 2만4621.92㎡?컁?7500평) 규모로 유황온천수를 쓴 스파시설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곳이다. 온천탕과 세러피 마사지시설, 바데풀과 유수풀 등을 갖추고 있다. 젊은이 취향의 모험적인 놀이시설은 없지만, 차분한 가족형 휴식공간으로는 제격이다.
그곳을 무엇이라고 해야 좋을까. 아산방조제 인근에는 ‘피나클랜드’가 있다. 체계적으로 식물을 심어놓은 수목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저 평범한 공원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낭만을 목적으로 꾸민 농원’쯤이라 할까. 폐채석장을 사들여 물, 빛, 바람을 주제 삼아 진초록 잔디와 나무를 심고 조형작품과 조각상 등으로 꾸며놓았다. 이 공간은 어느 곳 하나 낭만적이지 않은 곳이 없다. 조형적인 벤치부터 작은 개울, 연못에 꽂아둔 바람개비 하나까지 허투루 배치한 것이 없다. 아래로 흐르는 물을 산 정상쯤에 가둬 연못 정원을 만들어놓은 파격에서는 거침없는 상상력이 느껴진다.
아산 평촌리에는 또 잘 알려지지 않았으되, 단아한 얼굴과 잔잔한 미소, 맵시있는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고려시대의 석불상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다. 키가 1장 6척(4.8m)인 장육불상인데 유려하고 섬세하게 조각된 불상의 모습은 수백년의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아산 가는 길 = 아산은 수도권에서 물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택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해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서 천안 나들목으로 내려서 21번 국도를 따라 가도 되고, 안성 나들목으로 나와 평택, 둔포를 지나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가도 된다. 또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으로 나와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도 된다. 그때그때 교통사정에 따라 길을 선택하면 된다.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장항선 열차를 타고 아산온천역에서 내리면 역 앞에서 강당골이나 봉곡사 등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는 것이 불편하다면, 수도권 전철을 타고 천안까지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아산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온양온천 인근에 숙소들이 즐비하지만,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도고 일대의 온천에서 묵는 편이 낫다. 새로 문을 연 ‘파라다이스 스파도고’를 이용한다면, 파라다이스 도고호텔에 묵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숙박비는 미리 예약할 경우, 비수기 기준 6만~8만원선이다. 아산은 민물장어구이가 유명하다. 인주면 쪽에는 줄잡아 30여곳의 장어구이집이 몰려있는 이른바 ‘인주 장어촌’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손꼽히는 맛집은 ‘아산정’(041-533-9955). 소금구이와 고추장구이를 내놓는데, 맛도 맛이지만 차분한 한옥의 분위기가 특별하다. 장어구이와 민물매운탕을 내놓는 도고저수지 부근의 예촌(041-544-8030)은 달큰한 간장양념의 장어구이도 좋지만, 민물새우매운탕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강당골계곡 앞의 ‘강당골휴게소’(041-543-4407)의 ‘토종닭백숙’도 이름났다.
광덕산(699m). 산이 드문 충남 천안과 아산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바로 광덕산이다. 광덕(廣德)이란 이름답게 산은 크되 모나거나 가파르지 않고, 둥글고 덕스러운 느낌이다. 그 산의 아산 쪽 발치에 강당골 계곡이 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하고, 계곡을 휘감으면서 우당탕 굽이쳐 흘러내리는, 강당골의 계류는 맑고 차다. 강당골 계곡에 발을 들이자마자 축축한 이끼의 기운이 서늘하다. 아무리 뙤약볕이 쏟아지는 한여름에도 강당골에 놓인 출렁다리를 건너 계곡으로 내려서면 골짜기를 몰아 내려온 바람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면 오송송 소름이 돋고 금세 땀이 식을 정도다.
다리 아래 소(沼)가 깊다. 깊은 골의 폭포에 용에 얽힌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듯, 이곳에도 용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무기가 이 골짜기에서 승천하다가, 때마침 임산부에게 발각돼 떨어지면서 깊은 못이 만들어졌다는 것.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석문용추(石門龍湫)’라 불렀다. 다 믿을 수야 없는 일이지만, 깊이 5m쯤 되는 이 못은 한때 3타래나 풀려 들어간 명주실이 바닥에 닿지 않았을 정도로 깊었다고 전해진다.
꼭 강당골이 아니어도 광덕산에는 짙은 숲과 계곡이 곳곳에 있다. 6·25 전쟁때 난리를 피해 1만명이 숨어 들었지만, 워낙 숲이 짙어 한 명도 보이지 않아 ‘만인의 숲’이란 이름이 붙은 골도 있고, 한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어둑어둑하다는 어둔골도 있다. 또 한때 큰 절이 있었다는 절골도 있다.
# 불교와 유교의 동거. 강당골에 깃든 이야기를 따라가다.
강당골을 이야기하자면, 조선 영조때의 문신이던 외암 이간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좀처럼 벼슬자리에 나서지 않았던 이간은 관직 생활보다는 학문과 글씨로 그 이름이 더 알려진 인물이다. 조선 후기의 마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아산의 명소로 꼽히는 외암 민속마을이 그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이라면, 강당골이란 계곡의 이름은 그가 이 골짜기에 관선재라는 강당을 짓고 후학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문을 강론하던 서원 역할을 했던 관선재는 고종의 서원 철폐령으로 존폐의 위기를 맞았으나, 이를 모면하고자 인근 마곡사에서 불상을 가져다 안치하고 불사를 행하면서 강당사란 이름의 절집으로 변모했다. 불교와 유교의 동거는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이간이 주창했던 ‘인성과 물성은 같다’는 ‘인물동성론’과 ‘만물은 다 같이 깨달을 성품이 있다’는 부처의 사상은 절묘하게 일맥상통한다. 이로써 사찰이면서 서원인 공간에서 유교와 불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된 셈이다.
지금도 발이 내려 쳐진 관선재는 계곡을 바라보며 현판을 달고 서있고, 관선재를 안고 있는 절집 강당사에는 스님들이 거주하고 있다. 법당엔 은은한 독경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스님이 기거하는 요사채의 한쪽 건물에는 이간의 문집 판본 307장을 보관한 장판각이 서있다. 절집을 지키는 스님에게 정중히 청하면 언제든 장판각의 문을 열어 고이 보관하고 있는 판본을 볼 수 있다.
# 이른 새벽, 안개에 싸인 붉은 소나무 숲길을 걷다.
구태여 이른 새벽 아산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봉곡사의 소나무 숲길을 걷고자 함이다. 그 길은 어느 때 걸어도 좋지만, 새벽녘에 오르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봉곡사로 오르는 그 길에는 수령 200여년은 훌쩍 넘었을 소나무들이 마치 혼령처럼 몸을 비틀며 서있다. 온통 짙은 솔향을 내는 소나무들. 그야말로 크고, 깊고, 또 서늘한 숲길이다. 새벽에 안개에 싸인 이 길에 들면 한순간 입안을 화하게 씻어내는 박하잎을 씹은 듯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번져 나간다. 숲길을 따라 작은 골짜기로 흐르는 실낱 같은 물줄기. 비록 수량은 적지만, 물소리만큼은 청아하다. 물소리를 귀에 담고 솔향을 맡으며 이 숲길을 걸으면, 세속의 묵은 때가 절로 벗겨질 것 같다.
대웅전 하나에 산신각, 요사채가 고작인 봉곡사는 세속과 교류하며 불사를 거듭하는 위세 당당한 거찰과는 도무지 거리가 멀다. 그 대신 적요한 절집은 신라시대 도선국사의 창건 설화와 만공 스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만 세월의 이끼에 덮여 있다.
이쯤에서 드는 질문 하나. 깊고 깊은 산중도 아닌데다, 위세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소박한 절집으로 드는 700m 숲길의 울창한 소나무들이 어찌 베어지지 않고,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건 적송이 늘어선 숲길에서 느껴지는 신령스러움 탓이 아닐까. 누가 막아서지 않더라도, 아무도 지키는 이가 없더라도, 이 숲은 저 스스로의 생명력과 기운만으로도 능히 살아 남을 수 있었으리라.
# 이야기를 따라가는 아산 여행길.
아산에는 유독 옛이야기들이 많다. 지명에 얽힌 것도, 인물에 얽힌 것도 많다.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 바로 조선시대의 청렴한 재상이었던 맹사성이다. 맹사성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그의 청렴함을 기리는 내용인데, 우의정과 좌의정까지 지냈음에도 비가 줄줄 새는 집에서 살았다든지, 거친 밥에다 간장 하나로 끼니를 때웠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이 부지기수다. 어찌나 추앙을 받았던지,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인물임에도 그의 이야기는 마치 신화를 방불케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그가 한양을 오갈 때 ‘검은 기린을 타고 다녔다’는 것. 평소 가마를 타지 않던 그는 마을 청년들에게 붙잡혀 위기에 처한 기린을 구해주고는, 가마 대신 그 기린을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기린이란, 신령스러운 상상 속의 동물이었다.
# 아산의 새 명소를 찾아 나서다.
현충사, 민속박물관 등으로 대표돼온 아산은 아무래도 낡은 느낌의 여행지이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여행 목적지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오는 7월1일 도고온천에는 대형 스파 ‘파라다이스 스파도고’가 새로 문을 연다. 2만4621.92㎡?컁?7500평) 규모로 유황온천수를 쓴 스파시설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곳이다. 온천탕과 세러피 마사지시설, 바데풀과 유수풀 등을 갖추고 있다. 젊은이 취향의 모험적인 놀이시설은 없지만, 차분한 가족형 휴식공간으로는 제격이다.
그곳을 무엇이라고 해야 좋을까. 아산방조제 인근에는 ‘피나클랜드’가 있다. 체계적으로 식물을 심어놓은 수목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저 평범한 공원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낭만을 목적으로 꾸민 농원’쯤이라 할까. 폐채석장을 사들여 물, 빛, 바람을 주제 삼아 진초록 잔디와 나무를 심고 조형작품과 조각상 등으로 꾸며놓았다. 이 공간은 어느 곳 하나 낭만적이지 않은 곳이 없다. 조형적인 벤치부터 작은 개울, 연못에 꽂아둔 바람개비 하나까지 허투루 배치한 것이 없다. 아래로 흐르는 물을 산 정상쯤에 가둬 연못 정원을 만들어놓은 파격에서는 거침없는 상상력이 느껴진다.
아산 평촌리에는 또 잘 알려지지 않았으되, 단아한 얼굴과 잔잔한 미소, 맵시있는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고려시대의 석불상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다. 키가 1장 6척(4.8m)인 장육불상인데 유려하고 섬세하게 조각된 불상의 모습은 수백년의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아산 가는 길 = 아산은 수도권에서 물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택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해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서 천안 나들목으로 내려서 21번 국도를 따라 가도 되고, 안성 나들목으로 나와 평택, 둔포를 지나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가도 된다. 또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으로 나와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도 된다. 그때그때 교통사정에 따라 길을 선택하면 된다.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장항선 열차를 타고 아산온천역에서 내리면 역 앞에서 강당골이나 봉곡사 등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는 것이 불편하다면, 수도권 전철을 타고 천안까지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아산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온양온천 인근에 숙소들이 즐비하지만,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도고 일대의 온천에서 묵는 편이 낫다. 새로 문을 연 ‘파라다이스 스파도고’를 이용한다면, 파라다이스 도고호텔에 묵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숙박비는 미리 예약할 경우, 비수기 기준 6만~8만원선이다. 아산은 민물장어구이가 유명하다. 인주면 쪽에는 줄잡아 30여곳의 장어구이집이 몰려있는 이른바 ‘인주 장어촌’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손꼽히는 맛집은 ‘아산정’(041-533-9955). 소금구이와 고추장구이를 내놓는데, 맛도 맛이지만 차분한 한옥의 분위기가 특별하다. 장어구이와 민물매운탕을 내놓는 도고저수지 부근의 예촌(041-544-8030)은 달큰한 간장양념의 장어구이도 좋지만, 민물새우매운탕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강당골계곡 앞의 ‘강당골휴게소’(041-543-4407)의 ‘토종닭백숙’도 이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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