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을 머금은 채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시심(詩心)을 자극하는 계절이다. 10월 넷째 주말로 접어드는 전국 유명 산엔 곱게 물든 가을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도 설악산과 오대산 등에 이어 수도권 일대 주요 산도 이번 주말 단풍이 절정을 이루다가 충청지방 아래로 하강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수도권 단풍 나들이 코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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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산 중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으뜸으로 꼽으며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는 경기 동두천의 소요산 단풍은 이번 주가 절정이다. 소요산은 해발 587m로 비교적 낮은 편이며 작은 봉우리와 폭포 등이 줄지어 있어 어린이들과도 무리없이 오를 수 있다.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자재암을 비롯해 원효폭포, 옥류폭포, 선녀탕 등이 고운 빛깔의 단풍과 어우러져 가을산의 정취를 듬뿍 자아낸다.
때마침 이곳에서는 이번 주말(27~28일) 이틀간 '소요단풍문화제'가 열려 주말 나들이객을 유혹한다. 축제 첫날 소요산 야외무대에서는 조선시대 취타대, 궁수대, 금군, 속오군 등 당시 복색을 갖춘 장군과 군사 등 200여명이 참여하는 어유소 장군 승전 행렬이 펼쳐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렬 중간에는 어장군과 반군 간의 전투가 재현되고 성곽 기구를 이용한 돌 던지기, 창 던지기 등이 벌어져 여행객의 흥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9∼2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요석공주 선발대회'도 열려 불타는 소요산 단풍과 함께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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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화현면에 위치한 해발 935.5m의 운악산은 수도권 5악산의 하나로 기암괴석과 커다란 바위들이 봉우리마다 구름을 뚫고 있는 듯하다. 이와 어우러진 가을 단풍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말하기에 무리가 없다. 매년 10월 열리는 운악산 단풍축제는 지난 주말 이미 끝났지만 붉은 단풍의 자태는 여전하다. 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호젓한 산이 가을 정취와 단풍을 만끽하기엔 오히려 제격일 수도 있다. 여기에 운악산만의 별미인 손두부를 비롯해 포천 막걸리, 도토리묵 등 이 지역 대표 먹거리를 산행 후 맛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전국 5대 억새 군락지와 궁예의 '슬픈 전설'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도 가을단풍 나들이 코스로는 딱이다. 특히 가을 명성산은 억새꽃 물결이 장관을 연출해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정상 부근 16만5000여㎡(5만여평)에 펼쳐진 억새 군락지는 새하얀 억새꽃과 붉게 물든 단풍이 서로 자랑이나 하듯 한껏 가을 빛을 발한다. 명성산 아래 산정호수도 가을 색이 완연해 가벼운 마음으로 가을 나들이에 나서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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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에 자리한 감악산은 법륜사에서부터 오르는 길이 가장 무난하다. 법륜사를 지나 등산로에 오르면 도토리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단풍철을 맞아 등산로 곳곳을 울긋불긋하게 물들인다. 단풍이 펼쳐진 숲의 돌길을 따라 걸으면 예전에 숯가마꾼들이 경작했던 묵은밭에 이른다. 지금은 버려진 곳이지만 군데군데 숯가마 터가 아직도 남아 있고 주위에는 참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묵은밭에서 좌측을 따라 조금 올라서면 아기자기한 능선을 따라 산 정상으로 향한다. 길은 대부분 평탄해서 등산하는 데 그리 힘들지 않다. 울창한 참나무 숲길 단풍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암릉 길을 조금만 오르면 이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산행 후 감악산 자락의 산촌마을 농원에서는 파주의 특산품인 산머루를 맛볼 수 있고 갓 수확한 산머루로 머루와인 담그기 등의 체험도 가능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울러 이곳 가까이에는 오토캠핑장도 있어 차를 이용한 가을단풍 나들이에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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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화산 자락에 자리잡은 용주사는 가을에 그 빛을 더한다. 사천왕문에서 매표소를 지나 홍살문 주위로 이어지는 우람한 느티나무와 새빨간 단풍나무의 자태가 고혹적이다.
소박한 사찰 진입로와 달리 단풍만큼은 화려하고 세련된 풍경이다. 이곳 나무 주위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사진을 찍는 모습은 사찰이 주는 편안함 그 이상이다. 산문을 지나 경내로 접어들면 전각 사이로 붉은 가지를 드리운 단풍에 시선이 머물고, 이런 고찰 풍경은 고즈넉함으로 다가와 극도의 평온함마저 느껴진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기려 세운 사찰로 효 사상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내 효행박물관에는 높고 넓은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내용의 부모은중경과 정조가 하사한 김홍도의 사곡병풍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아울러 신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조 효 인문학캠프, 경기불교대학을 통한 효행교육, 다양한 문화강좌 및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어 참여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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