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구봉산, 솔내음 은은한 고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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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상큼한 솔냄새가 코를 찔러온다. 발목까지 덮이는 낙엽은 언제 가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모든 게 귀찮을 때 홀로 찾아가서 사색에 잠길만한 곳이다.
전국에는 여러 개의 구봉산이 있다. 전북 진안의 구봉산이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하며 경기도 용인의 구봉산(465m)은 두 번째로 높은 곳이다. 같은 이름의 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뒷산과도 같다는 얘기다. 용인시 남동쪽 귀퉁이에서 안성시에 걸쳐있는 구봉산도 그런 곳이다.
동네 사람들이 고사리를 뜯고 나물을 캐던 산이지만 근처에선 제법 높기 때문에 울창한 숲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다 정상으로 이르는 능선엔 소나무가 우거져 있어 삼림욕장으로도 제격이다. 운이 나쁘면(?) 한 두 팀을 만날 정도로 호젓한 곳이라 조용히 산행을 하면서 상념을 떨쳐버리거나 가족과 함께 가볍게 오르기에도 부담이 없는 곳이다.
용인시 원삼면은 원래 도읍이 될 만한 곳이었으나 구봉산 봉우리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도읍이 되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그 옛날 후삼국시대 궁예가 한 때 거점으로 삼았던 죽주산성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니 그런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구봉산 주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은 원래 원삼면 목신리에서 시작했으나 지금은 태영골프장이 가로막고 있어 오를 수 없게 되었다. 종주 코스는 충남 병천과 함께 순대로 이름이 난 백암면 창말에서 시작해 안성 쪽으로 빠지게 되어 있지만 창말에서 오르는 길이 도로공사로 끊겨 최근엔 낚시터로 유명한 두창리쪽 길이 많이 이용된다.
원삼과 백암을 연결하는 318번 도로에서 두창저수지가 있는 골안(주내) 마을로 들어가다 저수지 제방을 30m정도 지나면 오른 쪽으로 등산로 입구 이정표가 보인다.(정상까지 약 3.2km)
이곳에서 15분 정도를 오르면 능선길이 시작되는 매봉에 이른다. 이곳에는 최근 용인시가 정자와 체육시설 등을 설치해 가볍게 몸을 풀 수도 있다. 매봉에서 바라보는 두창저수지와 마을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눈을 들어 한 바퀴를 돌아보면 구봉산과 쌍령산 문수봉 독조봉 수정산 등으로 둘러싸인 원삼분지가 아늑한 느낌을 준다. 북쪽으로는 지산리조트와 양지리조트의 리프트타워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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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에서 1km 정도를 가면 죽능리 둥지펜션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며 조금 더 나아가면 커다란 바위 밑으로 태영골프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태영골프장이 있는 서쪽능선에서 구봉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른데다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럽지만 밧줄을 매어놓아 아이젠만 착용하면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주능선에 서면 말안장에 탄 기분이다. 북쪽 창말에서 석술암산을 거쳐 오는 길은 말의 등처럼 부드럽고 남쪽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말의 갈기를 연상케 한다.
남쪽 언덕을 조금 오르면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는 자그마한 오르내림이 있지만 편안하게 걸을 수 있을 정도다.
구봉산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이천 여주까지 펼쳐지는 넓은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람굴이 있다는 바로 앞의 쪽비산(조비산)은 삿갓을 씌어놓은 형상을 하고 있고 인근엔 MBC세트장도 보인다. 이곳에선 지척에 걸리는 게 없어 일출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서쪽으로는 태영골프장이 발밑에 있고 그 뒤로 쌍령산 정수산을 병풍삼아 자리 잡은 마을들은 옛 고향처럼 정겹다. 구봉산 남쪽 봉우리에 서면 안성 쪽으로 고삼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남정맥의 구봉산 종주코스는 남쪽 봉우리로 가기 전에 동쪽으로 난 달기봉을 거쳐 가현치까지 가야 한다. 남쪽 봉우리에서 안성시 보개면 쪽으로 직접 내려가는 길도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이 달라 교통편이 좋지 않으므로 보통은 정상에서 되돌아서 출발지로 내려오거나 아니면 석술암산을 거쳐 창말 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많이 이용한다.(구봉산 정상-석술암산-창말 약 4.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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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
용인시 원삼면이나 백암면에서 간다. 양지IC에서 나와 17번 국도를 따라 7km 정도를 달리면 우측으로 원삼면소재지와 태영CC 가는 이정표가 보이고 곧 이어 두창리 방향 이정표가 나온다. 두창리길로 접어들어 기상대를 우측으로 끼고 삼거리까지 가서 좌회전해 500m 정도 가면 오른쪽 두창수퍼 옆으로 두창저수지 가는 길이 보인다.
백암에서 갈 때는 백암초등학교 앞길로 방향을 잡아 원삼 쪽으로 1.5km 정도 가면 창말 부락, 이곳에서 500m 더 가면 왼쪽에 두창수퍼가 나온다.
▶ 맛집·펜션
백암은 순대가 유명한 곳. 제일식당(031-332-4608) 풍성식당 등 순대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두창저수지가 있는 골안마을엔 펜션들이 있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찾기에도 좋다. 풀하우스펜션(031-339-4248) 은하수펜션(031-332-863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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