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관광지

관악산 둘레길

햇과 2010. 11. 5. 12:28

울긋불긋 단풍, 낙엽이 깔린 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가을 냄새 물씬 나는 요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가을정취다. 이런 가을 풍경이 진부하다고 느껴진다면? 그래서 새롭고 특별한 자연의 정취를 맛보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더 뒤로,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것이다. 처음 밟아 보는 곳에서는 낯설고도 독특한 매력과 마주할 수 있다.

관악구에 있는 낙성대 공원에서 출발해 관악산 둘레길을 한 시간 가량 걷다 보면 고정관념 속에 갇혔던 가을이 아닌 자연 속 깊이 숨어 있는 또 다른 가을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2번 버스를 타면 10분 남짓에 낙성대공원에 도착한다. 공원에 들어서면 강감찬 장군 동상이 손님을 맞아 준다.고려 때 거란족을 물리친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이 낙성대다. 멀리 보이는 관악산이 군데군데 붉게 물들었다면 공원은 온통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 입었다. 공원 내 강감찬 장군 사당인 '안국사'는 노란 국화와 옥잠화가 나란히 길을 따라 피어 있다. 나들객들은 절정으로 접어든 가을의 모습을 담으려 여기저기서 셔터를 눌러댄다. 여기까지는 굳이 낙성대공원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가을 풍경. 하지만 공원 모퉁이에 나있는 좁은 길을 따라 관악산 둘레길에 들어서면 이곳만의 숨은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봤을만한 관악산, 그속에 '숨져진 가을'이 있다는게 놀랍다. 낙성대공원을 지나 관악산 둘레길을 오르면 낯설은 가을정취을 만날 수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

둘레길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푹신한 흙위에 깔린 마른 낙엽을 밟을 때마다 '사각' 소리가 난다. 제멋대로 자란 가지들이 울창한 나무숲을 이루고 있어 외부 소리를 막아준다. 낙엽 밟는 소리는 더욱 또렷하게 들린다.

오르막길 조금 걷다 보면 내리막, 그리고 조금 있다 다시 오르막. 제법 경사진 길을 오르내릴 때도 계단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길이라 옆에 서 있는 나무에 의지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가을나무 껍질이 벗겨지며 하얀 속살을 드러내기도 한다.

둘레길 초입에서 걸어 20분쯤 올랐을까. 관악산 해발 100m 정도 되는 곳에 탁 트인 암벽이 나왔다. 상쾌함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기서 10분만 더 오르면 더 멀리, 더 시원한 바람이 부는 조망대가 나온다. 올려다 보는 하늘이 아닌 내다보는 하늘이 더 눈부시다. 푸른 하늘 밑으로 서울 N타워, 63빌딩 같은 고층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망대에서 내려와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입맛을 살짝 다시면 가슴 속까지 청량감이 전해진다. 이렇게 몇개의 계곡을 지나면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무당골이 나온다. 작은 우물 앞 흰 초에는 불이 켜져 있고 돗자리 위로 한 무당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거대한 바위에도 무당의 치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빌었을까. 촛불에 그을린 바위 밑둥은 검게 익었다.

무속의 기운을 뒤로 하고 평평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사당역 방향이 나온다. 여기까지가 관악산 둘레길의 1구간으로 4㎞ 정도 길이다. 서울대에서 신림공원까지 2ㆍ3구간을 더하면 거리는 총 13㎞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