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실

'오일쇼크' 못잖은 '우라늄쇼크'온다

햇과 2010. 4. 19. 09:41

원자력발전은 효율적이다. 우라늄 1톤은 석유 1만2000톤의 열량을 낼 수 있다. 연료비 측면에서도 우라늄은 석유의 68분의 1에 불과하다.

원전 르네상스를 맞아 전 세계 원전은 203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벌써부터 우라늄 확보를 위해 각국은 치열한 물밑 전쟁을 벌이고 있다. 머지않아 '오일 쇼크'에 버금가는 '우라늄 쇼크'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08년 초 전 세계는 배럴당 152달러의 살인적 유가를 경험했다. 이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을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도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원자력발전은 열효율 면에서 석유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천연 우라늄 1톤은 석유 1만2000톤에 해당하는 발열량을 갖고 있다. 1만2000배의 효율을 갖춘 셈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똑같은 에너지를 얻는데 드는 연료비는 우라늄이 석유(원유)에 비해 68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가 석유에 비해 싸다는 것은 우라늄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가정에서만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우라늄 가격이 68배 오르면 설비비를 감안한 에너지 가격은 원전이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원전이 늘어날수록 원유뿐만 아니라 우라늄 가격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들썩거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우라늄은 2007년도에 평균가격 대비 13배 이상 올랐었다. '오일 쇼크' 못지않은 '우라늄 쇼크'가 벌어졌던 것이다.

1970년대 전까지 파운드당 6달러였던 우라늄(정광 기준) 가격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거치며 각국이 원전 도입을 추진하자 43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TMI 원전 사고(1979), 체르노빌 사고(1986)로 각국이 원전 도입을 대거 취소하고 구소련 해체 후 러시아가 고농축우라늄을 희석해 핵연료로 시장에 내놓으면서 우라늄 가격은 9~10달러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우라늄 때문?
2001~2005년에 호주 및 캐나다의 우라늄 광산에서 일련의 사고가 나면서 수급 불안이 가중됐다. 호주 올림픽 댐 광산 화재(2001), 캐나다 맥아더 리버 광산 침수(2003), 신규 개발 중이던 캐나다 시가 레이크 광산 침수(2006),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호주 랭어 광산 생산량 감소(2007)가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시장이 구매자 우위의 시장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선점 수요와 투기 자금이 몰려 우라늄 가격은 2007년 6월 파운드당 136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屎릿允? 부실 사태로 시작된 금융 위기의 여파로 투기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가격이 급락해 현재는 파운드당 40~5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때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직후 50만 파운드(2000만 달러어치)의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블룸버그(2009년 4월 14일)에 따르면 이 정도의 우라늄이면 원자폭탄 한 개를 만들기에 '살짝(slightly)' 부족한 양이고 원자력 발전소 1기를 1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양이다. 방사능 물질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정부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리먼브러더스는 파산 한 달 전에 이 면허를 땄다.

블룸버그는 금융 위기로 중국과 인도의 원전 건설이 취소되면서 우라늄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므로 리먼브러더스가 우라늄을 시장에 쏟아낼(dump)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 위기로 각국의 원전 건설이 취소·연기되면서 현재 우라늄 가격은 안정적이지만 한국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각국의 원전 건설이 본격화되면 2015년부터 우라늄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현재 18기의 원전을 가진 중국은 2030년까지 100기를 더 늘리겠다고 나섰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2010년 전 세계 원전 설비 용량 37만MWe (Mega Watt electric)가 2015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45만MWe, 2030년에는 53만MWe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현재 430기인 원전은 2030년 730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원전 기술을 가진 국가들은 우라늄 선점을 위한 인수·합병(M & A)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1970년부터 자주 광구를 소유하며 장기적 차원에서 우라늄광에 투자해 왔다.

2007년 아프리카 최대 우라늄 회사인 우라민(Uramin)을 24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니제르·카자흐스탄·캐나다 등 현재 40개국에 80여 개의 우라늄 생산 기지에서 36만 톤을 확보했다. 국영기업으로 세계 최고의 원전 회사인 아레바(Areva)는 정련·변환·농축·성형 가공에 이르는 원전 연료 수직 계열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우라늄광 개발 투자를 시작한 일본은 도쿄·간사이발전 등의 국영 전력 회사와 미쓰비시 등의 민간 기업이 연합으로 해외 자원 개발 회사를 활용해 현재 카자흐스탄·호주·캐나다·니제르 등에서 12만 톤의 우라늄을 확보하고 있다.

자주개발률, 프랑스 36만t·한국 1040t
중국은 막대한 외화보유액을 앞세워 아프리카 등 자원 보유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니제르에 보유한 광구를 통해 6만 톤을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2번째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 분리 후 자국 광산이 부족해지고 있어 엘콘 광구 등 자국의 우라늄광을 개발하는 동시에 카자흐스탄·몽골 등에서 광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는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희석해 자국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2008년까지 자주 보급률 0%였던 한국은 뒤늦게 해외 광구 확보에 나선 편이지만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한국광업진흥공사가 우라늄 확보에 나서고 있고 (주)한화·LG상사 등 일부 대기업에서 원자재 트레이딩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량의 수요처가 한수원이기 때문에 한전과 한수원이 대부분의 물량을 취급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상업 운전 중이며 용량은 1만7716MW다. 이는 전체 발전설비 용량 7만2491MW 대비 24.4%에 해당한다.

우라늄은 원유처럼 거래소가 없기 때문에 광산 업체와 직접 계약해야 한다. 이 때문에 거래 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우라늄 국제 가격은 UxC(Uranium Exchange Consulting)가 집계한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전은 김쌍수 사장 취임 이후 '한전 2020 전략'에 따라 2020년까지 자주 개발률 50%를 추진하고 있다. 그 성과로 지난해 캐나다와 니제르(아프리카)에서 총 1040톤을 확보했다. 현재 국내 연간 우라늄 사용량은 4500톤(원광 기준)이다.

캐나다 광구의 경우 지난해 6월 세계 10대 우라늄 광산업체인 데니슨의 지분 17%를 인수해 연간 300톤을 확보했고(한전과 한수원이 75 대 25로 투자) 12월에는 프랑스 업체인 아레바로부터 니제르 이모라렝 광산 지분 10%를 인수(한전과 한수원이 60 대 40으로 투자)해 2013년부터 연간 740톤을 들여오게 된다.

지분 인수 외에 직접 탐사 작업도 활발하다. 한전은 현재 캐나다 워터베리레이크와 캐나다 크리이스트 탐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워터베리레이크의 경우 현재까지 총 94개 공의 시추 탐사를 통해 20개 공에서 고품위(5~50%) 우라늄이 발견됐고 크리이스트에서는 현재까지 41개 공을 시추했다.

국내 우라늄 수요는 2020년 연간 7600톤, 그리고 UAE에 수주한 원전 공급용 1400톤을 포함해 총 9000톤으로 늘어난다. 한전은 이의 절반인 4500톤을 자주 개발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에서 금지돼 있는 우라늄 변환과 농축 과정도 2020년까지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의 아레바처럼 우라늄 원료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야 비로소 원전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우라늄 변환·농축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은 2014년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후 재협상에서 이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전의 발 빠른 행보는 김쌍수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 한전 측의 평이다. 캐나다 데니슨의 경우 중국 업체가 입질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한전은 2009년 3월 우라늄 콘퍼런스에서 협상을 시작한 뒤 석 달 만인 6월에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한 달 만에 열리는 이사회를 열흘 만에 긴급 소집해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북한이 우라늄 매장량 세계 1위일까
한편 우라늄과 관련해 북한이 전 세계 매장량 1위라는 '설(設)'이 있다. 현재 전 세계 우라늄 매장량이 546만 톤으로 알려져 있는데 1950년대 구소련이 북한의 지질을 탐사한 뒤 우라늄 매장량이 480만 톤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라늄 광석의 품위가 낮고 암석의 종류가 달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남한에도 매장량이 1억1558만 톤(2009년 지식경제부 광물 자원 매장량 현황)에 이르지만 품위가 0.1% 이상 되는 경우는 하나도 없고 평균 품위는 0.039에 그쳤다. 현재로서는 단순한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2007 우라늄' 보고서에는 채굴 비용 범위가 톤당 130달러 이하인 경우 확정 매장량 333만 톤, 추정 매장량 213만 톤으로 경제성을 갖춘 경우에 한해 발표된다.